바라보기, 언어, 이름, 봄까치꽃, 큰개불알꽃
개', '좀', '쥐' 자가 들어간 우리 식물들
일본인들이 만들어 붙인 이름들 중에, 이런 종류의 이름이 한둘이 아니다. 우리나라 식물 중에는 유난히 '개', '좀', '쥐' 자가 들어가는 이름들이 많다. '개망초', '쥐오줌', '좀민들레' 등이 그런 이름들이다. 왜 그런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런 이름들 상당수가 일본 이름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니, 참 고약하기 짝이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윤옥씨가 펴낸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인물과사상사, 2015)을 보면, '큰개불알꽃'을 비롯해 '며느리밑씻개', '도둑놈의갈고리', '좀개갓냉이' 등도 일본 이름에 뿌리를 두고 있다. 며느리밑씻개의 일본말은 '의붓자식의밑씻개'이다. 일본말을 흉내 내면서 우리가 오히려 한 발 더 나간 꼴이다.
심지어 개나리는 일본어 표기에 '개' 자가 들어가 있지 않은데도 일제강점기에 일본식 교육을 받은 우리 학자들이 기계적으로 '개' 자를 넣어 이름을 지은 경우다. 봄철에 개나리만큼 아름다운 꽃도 드문데 거기에 왜 '개' 자를 가져다 붙였는지 의문이다. 이런 이름을 가진 식물들을 대할 때마다 은연중 하찮고 질이 낮다는 인상을 받는다.
'큰개불알꽃'이라고 불렀을 때와 '봄까치꽃'이라고 불렀을 때의 느낌이 판이하다. 느낌이 다르면, 그 이름을 가진 사물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본인 학자들은 그렇다 치고, 해방 후에도 이런 일본어 이름들이 살아남아, 우리나라 식물학자들이 펴낸 식물도감에까지 그대로 올라가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premium_pg.aspx?CNTN_CD=A000291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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