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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泉, 인생글, 바라보기

바라보기, 언어, 민병도 시인, 낫은 풀을 이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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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기, 언어, 민병도 시인, 낫은 풀을 이기지 못한다.


숫돌에 낫날 세워 웃자란 풀을 베면
속수무책으로 싹둑! 잘려서 쓰러지지만
그 낫이 삼천리강토의 주인인 적 없었다

풀은 목이 잘려도 낫에 지지 않는다
목 타는 삼복 땡볕과 가을밤 풀벌레 소리,
맨살을 파고든 칼바람에 울어본 까닭이다

퍼렇게 벼린 낫이여, 풀을 이기지 못하느니
낫은 매번 이기고, 이겨서 자꾸 지고
언제나 풀은 지면서 이기기 때문이다

민병도 시인,
낫은 풀을 이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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